제목 |
세월호에서 보내온 편지 |
작성자 |
김석인 |
등록일 |
2014-06-19 10:01 |
조회수 |
1,691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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세월호에서 보내온 편지
대산 김석인
어머니
수학여행 간다고
지난 밤 한잠도 이루지 못하고
어머님 곁을 떠나던 날 아침
처음 타 본 제주도 행 세월호 속에서
갑자기 어머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.
어머니
나를 위해 고생 하시는 어머님
수학여행을 다녀와서
공부도 열심히 하고
운동도 꾸준히 하고
집안일도 더욱 잘 하고
어머님 말씀에 순종하도록 하겠습니다.
어머니
배안은 어머님 품처럼
포근하고 안온했습니다.
그런데
갑자기 선체가 흔들립니다.
또 방송이 나오고 있어요.
「움직이지 말고 가만 있으라 」고
몇번이나 되풀이 합니다.
어머니
배안에 배낭이며 물건들이
제 멋대로 뒹굴고 있습니다.
웅성거리며 아우성이 요란하내요.
서로 부등켜 앉고서
살려달라고
「하느님, 부처님, 신령님,」을 부르면서
어머님보다 더 가까이 계시는...
그 분들을 마구 불러댔습니다.
어머니
공포에 떨면서도
살아보려고 발버둥을 쳐 봐도
살려달라고 불러보아도
아무도 대답없는 칠흑속에서
널부러진 친구들 옥체속에서
위로 위로 아무것도 모르고
어머님과 그 분들을 원망해 봅니다.
「야속하다고...」
어머니
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.
그저 움직이지 말고
조용히 기다리라고 하여
그렇게 기다린 죄밖에 없습니다.
어머니, 그리고 신령님들
왜 대답이 없으신지요?
저 성난 맹골만 분노의 파도에
이제 갈기갈기 찢긴
내 영혼이나마 달래 주시기 바랍니다.
어머니
너무나 억울하옵니다.
피어 보지도 못한 내 영혼의 꽃
하늘나라에서 피우도록 기도해 주십시요.
다시는 이런 슬픔이,
이런 통곡이, 이런 이별이 없도록
우리들은 가슴에 모든 걸 안고 떠나 갑니다.
어머니
이제 울지 마세요.
슬퍼 하지도 마세요.
우리는 억울하다는 말도 못하고
조용이 떠나 가는데
왜 세상은 이렇게도 시끄럽고 말이 많은지요.
다시는 이런 비극, 참사가 없기를 바라면서
이제 대한민국을 위해 미래로 나가세요.
부디 우리를 잊지 말고 기억하면서. . 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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