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자유광장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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제목 아련한 추억의 일기장.친구여....
작성자 김창석 등록일 2012-07-13 15:41 조회수 2,185
첨부파일 크기변환_thumbnail.12.jpg(79Kb)s01.jpg(41Kb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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용사 들이시여

이런 친구가 내곁에 한 두사람만 있으면. 내 인생은 성공이라는

  말이 있습니다. 이런 친구 만들려면 얼마나 공을 두려여 할런지요......

친구. 그리운 친구여.........

*........*...........

10년 전 나의 결혼식이 있던 날이었다.
결혼식이 다 끝나도록
친구 형주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.

이럴 리가 없는데.....
정말 이럴 리가 없는데.....

식장 로비에 서서
오가는 사람들 사이로 형주의 아내를 찾았다.
친구는 끝끝내 보이지 않았다.

바로 그 때

형주 아내가 토막 숨을 몰아쉬며
예식장 계단을 허위적 허위적 올라왔다.

“철환씨, 어쩌죠. 고속도로가 너무 막혔어요.
예식이 다 끝나버렸네....”

"왜 뛰어왔어요. 아기도 등에 업었으면서.....
이마에 땀 좀 봐요.”

초라한 차림으로 숨을 몰아쉬는 친구의 아내가
너무 안쓰러웠다.

“석민이 아빠는 오늘 못 왔어요. 죄송해요.”

친구 아내는 말도 맺기 전에 눈물부터 글썽였다.
엄마의 낡은 외투를 덮고
등 뒤의 아가는 곤히 잠들어 있었다.

친구가 보내온 편지를 읽었다.

<철환아, 형주다>

나 대신 아내가 간다.
가난한 내 아내의 눈동자에 내 모습도 함께 담아 보낸다.
하루를 벌어야지 하루를 먹고 사는 리어카 사과 장사가


이 좋은 날, 너와 함께 할수 없음을 용서해 다오.
사과를 팔지 않으면 석민이가 오늘 밤 분유를 굶어야 한다.

철환이 너와 함께 할 수 없어 내 마음 많이 아프다.

어제는 아침부터 밤 12시까지 사과를 팔았다.
온 종일 추위와 싸운 돈이 만 삼 천 원이다.
하지만 슬프진 않다.

잉게 숄의 <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>을
너와 함께 읽으며. 눈물 흘렸던 시절이
내게도 있었기에 나는 슬프지 않았다.

아지랑이 몽기 몽기 피어오르던 날
흙속을 뚫고 나오는 푸른 새싹을 바라보며

너와함께 희망을 노래했던 시절이 있었기에
나는 외롭지 않았다.

사자 바람 부는 거리에 서서
이원수 선생님의 <민들레의 노래>를 읽을 수 있으니
나는 부끄럽지도 않았다.

밥을 끓여 먹기 위해
거리에 나 앉은 사람들이. 나 말고도 수천 수만이다.

나 지금, 눈물을 글썽이며 이 글을 쓰고 있지만
마음만은 너무 기쁘다.

“철환이 장가간다.... 철환이 장가간다.... 너무 기쁘다.”

어제 밤,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
밤하늘의 오스스한 별을 보았다.

개 밥그릇에 떠있는 별이
돈보다 더 아름다운 거라고 울먹이던 네 얼굴이
가슴을 파고들었다.

아내 손에 사과 한 봉지 들려 보낸다.
지난 밤 노란 백열등 아래서 제일로 예쁜 놈들만 골라 냈다.
신혼여행가서 먹어라.

철환아, 오늘은 너의 날이다. 마음껏 마음껏 빛나 거라.
친구여.... 이 좋은 날 너와 함께 할 수 없음을

마음 아파해 다오.
나는 항상 너와 함께 있다.

  해남에서 형주가> ..................


편지와 함께 들어있던 축의금 만 삼천 원....
만 원짜리 한 장과 천 원짜리 세장....

형주가 거리에 서서
한 겨울 추위와 바꾼 돈이다.

나는 겸연쩍게 웃으며 사과 한 개를 꺼냈다.

“형주 이 놈, 왜 사과를 보냈대요. 장사는 뭐로 하려고.....”

씻지도 않은 사과를 나는 우적우적 씹어댔다.

왜 자꾸만 눈물이 나오는 것일까....
새 신랑이 눈물 흘리면 안 되는데.....

다 떨어진 구두를 신고 있는 친구 아내가 마음 아파 할 텐데.....

이를 사려 물었다.
멀리서도 나를 보고 있을 친구 형주가 마음 아파할까봐

엄마 등 뒤에 잠든 아가가 마음 아파할까봐
나는 이를 사려 물었다.

하지만 참아도 참아도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.
참으면 참을수록 더 큰 소리로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.


어깨를 출렁이며 울어버렸다.
사람들 오가는
예식장 로비 한 가운데 서서............


  43기 동기생 회장 예 대령 김 창 석 배 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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